백장미기자
CF이미지의 성채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중의 차가운 시선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전지현이 한국 영화로는 5년만인 < 도둑들 > 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. < 도둑들 > 에서의 전지현은 도둑질 할곳에는 언제나 달려가는 섹시한 줄타기 전문 도둑, 예니콜역을 맡았다.
< 도둑들 > 의 전지현은 함께 출연한 스타 연기자들 중에서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다. 공중곡예 하듯 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와이어 액션과 키스를 한 짐파노(김수현)에게 "야 이 새끼야 입술에 힘 좀 빼" 등 임팩트 강한 욕드립 대사들, 그리고 강점인
몸매의 의도적 부각 등으로 전지현은 우선 외형적으로 눈길을 끈다. 그리고 김혜수부터 김수현에 이르기까지 다른 배우들이 전지현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데
다 김윤석 오달수 등 존재감이 큰 배우들의 맹활약,
카메라워크 등 영화적 기술 지원까지 가세해 전지현을 관객 시선의 중앙에 서게 만든 것이다.
연기력의 스펙트럼은 여전히 CF적 강렬한 단선적 이미지를 단번에 무력화시킬 만큼 넓지 않지만 < 도둑들 > 에선 분명 이전 작품보다 조금은 확장됐다. 그리고 대사 연기에서
부터 표정, 액션연기에 이르기까지 연기력의 세기 역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. 무엇보다 전지현이 < 도둑들 > 에서 단연 눈길을 끌며 미진한 연기력을 상쇄하며 관객에
게 그나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의 창출력이다. 최동훈 감독의 치밀한 구성과 의도가 짙게 배어 있겠지만 예니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잘 맞는 옷처럼 표출해
낸 것은 전지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. 그것은 분명 배우 전지현의 진화다